
길상사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선잠로5길 68
🪷 길상사 — 천억을 버린 자리에 피어난 무소유
서울 성북구 성북동, 삼각산 자락에 길상사가 있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전각과 숲이 어우러진 이 절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데도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결이 다른 고요가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길상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붙드는 건 풍경만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 담긴 이야기 때문입니다.
길상사가 선 곳은 본래 '대원각'이라는 고급 요정이었습니다. 1970~80년대 서울의 손꼽히는 요릿집이었고, 그 주인 김영한은 큰 부를 이뤘습니다. 그러던 그가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를 읽고 깊이 감명받아, 시가 천억 원이 넘는 대지와 건물 마흔 채를 절로 써 달라며 내놓습니다. 무소유를 평생의 철학으로 삼은 법정 스님은 처음엔 사양했고, 권유와 거절이 십 년 가까이 오갔습니다. 결국 1995년 시주가 받아들여지고, 1997년 길상사가 문을 엽니다.
김영한은 시주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까짓 천억 원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여기서 백석은 그가 평생 사랑한 시인입니다. 백석은 그에게 '자야'라는 아호를 지어줄 만큼 그를 아꼈지만, 사랑은 끝내 이어지지 못한 채 두 사람은 남북으로 갈려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부를 미련 없이 내려놓은 그의 마음 한가운데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무소유의 깨달음이 함께 있었던 셈입니다. 그는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받고, 1999년 이 절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 가는 길 — 무소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경내
길상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산책길입니다. 옛 요정의 별채들이 그대로 전각과 수행 공간이 되어, 숲과 정원 사이로 길이 이어집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경내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길상사까지 — 마을버스로 닿는 산자락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성북02번을 타고 '길상사'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도심에서 가깝지만, 버스가 산자락을 오르는 동안 이미 분위기가 바뀝니다.
경내를 천천히 — 관음보살상과 진영각
걸어 올라가다 보면 키 큰 관세음보살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듭니다.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 교수가 빚은 상으로, 불상이면서도 성모 마리아를 닮은 자애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기증한 칠층 석탑도 함께 자리해, 길상사는 서로 다른 종교가 한 마당에서 조화를 이루는 드문 공간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오르면 법정 스님이 머물던 진영각이 있습니다.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에는 스님이 생전에 즐겨 앉던 낡은 나무 의자가 흔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의자 하나가 한 사람의 무소유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연못과 숲 그늘,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정원을 지나며 걷다 보면, 마음의 짐도 한 걸음씩 가벼워집니다.
걷기 좋은 때 — 숲 그늘이 깊어지는 여름과 단풍 드는 가을. 평일 이른 시간에 찾으면 더 고요한 경내를 만날 수 있습니다.
🌙 머무는 하루 — 비움을 배우는 시간
길상사의 템플스테이는 무소유라는 이 절의 정신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하루형 체험부터 1박 2일 프로그램까지, 비우는 연습을 위한 시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찰 예절을 배우고, 108배로 몸을 낮추며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차 한 잔을 나누는 차담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선명상과 마음챙김으로 분주함을 가라앉힙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주제로 한 강의와 수행 클래스도 열려, 단순한 휴식을 넘어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가진 것을 더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닌 것을 덜어내는 시간. 그것이 길상사에서 보내는 하루의 결입니다.
주요 프로그램
- 하루형 / 1박 2일 템플스테이
- 사찰 예절 배우기
- 108배 수행
- 차담
- 선명상 · 마음챙김
- 무소유 주제 수행 클래스
예약 — 대부분 사전 예약 필요. 일정이 시기별로 다르니, 공식 홈페이지나 예약 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세요.
📍 정보 — 찾아가기 전에
-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선잠로5길 68
- 전화 : 02-3672-5945
- 운영 : 연중무휴
- 입장료 : 무료
- 가는 법 :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 마을버스 성북02번 → '길상사' 정류장 하차
누구나 자유롭게 참배하고 경내를 거닐 수 있습니다. 성북동 일대에는 만해 한용운이 머물던 심우장 등 문화 명소가 가까워, 참배와 함께 천천히 둘러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