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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전경
템플스테이

청평사

⌖ 강원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길 810

🪷 청평사 — 물을 건너 닿는 절, 천년 고려 정원의 고요

강원도 춘천, 소양호 푸른 물 너머 오봉산 자락에 청평사가 있습니다. 청평사로 가는 길은 다른 절과 사뭇 다릅니다.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 비로소 절 가까이에 닿기 때문입니다. 물길을 건너 산으로 드는 그 여정 자체가, 속세에서 한 발 떨어진 자리로 들어서는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 영현선사가 창건하여 '백암선원'이라 불렀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고 중건을 거듭하다 지금의 청평사가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자취를 남긴 이는 고려의 학자 이자현입니다. 그는 높은 관직을 미련 없이 버리고 이 산에 들어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정원을 가꾸며 수행했습니다. 그가 일군 고려 정원의 흔적인 '영지(影池)'는, 오봉산 봉우리가 물에 비치도록 설계된 연못으로, 우리나라에 남은 가장 오래된 고려 정원의 원형으로 꼽힙니다. 인공을 최소화하고 자연을 그대로 정원으로 삼은 그 마음이, 청평사가 품은 고요의 뿌리입니다.

청평사의 또 다른 자랑은 회전문(보물)입니다. 일반적인 사천왕문을 대신하는 이 문은, 이름과 달리 빙글 도는 문이 아니라 윤회전생(輪廻轉生), 곧 삶과 죽음이 끝없이 돌고 도는 이치를 깨우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옛 전각이 거의 사라졌지만, 이 회전문과 삼층석탑은 살아남아 천년의 세월을 증언합니다.


🌿 가는 길 — 배를 타고, 구송폭포를 지나 공주의 전설 속으로

청평사 가는 길에는 두 가지 즐거움이 있습니다. 호수를 건너는 뱃길, 그리고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만나는 설화입니다.

청평사까지 — 소양호를 건너는 뱃길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0분 남짓 만에 청평사 선착장에 닿습니다. 자가용으로 오봉산 고갯길을 넘어올 수도 있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건너는 뱃길이야말로 청평사 여행의 백미입니다. 선착장에서 절까지는 약 1km, 계곡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조금 더 걷고 싶다면 — 구송폭포와 공주의 전설

선착장에서 절로 오르는 계곡길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이야기입니다.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 하여 이름 붙은 높이 7m의 구송폭포, 공주가 몸을 씻었다는 공주탕, 상사뱀에 얽힌 공주굴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이 길에는 애틋한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당나라 공주를 사랑하다 죽은 청년의 혼이 상사뱀이 되어 공주의 몸을 칭칭 감았는데, 공주가 이 청평사를 찾아 불공을 드리자 비로소 뱀이 떨어져 나가 해탈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집착마저 내려놓게 하는 절이라는 뜻이 담긴 셈입니다.

더 오르면 오봉산 등산로로 이어집니다. 정상에 서면 소양호의 푸른 물과 첩첩이 둘러선 봉우리가 한눈에 펼쳐지지만, 무리하지 않고 절과 영지, 구송폭포만 천천히 둘러봐도 청평사의 정취는 충분합니다.

걷기 좋은 때 — 신록과 단풍철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배편은 운항 시간과 막배 시각이 정해져 있으니, 돌아올 시간을 미리 확인하세요.


🌙 머무는 하루 — 나를 위한 쉼표

청평사의 템플스테이는 '나를 위한 쉼표, 천년의 숨결'을 슬로건으로 합니다. 소양호의 물빛과 오봉산의 정기, 청량한 공기와 밤하늘의 별빛·달빛을 벗 삼아, 천년 고찰의 고요 속에서 지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일상의 피로를 풀고 심신의 안정을 찾는 휴식형과, 사찰 문화를 체험하며 참된 자신을 찾아보는 체험형으로 나뉩니다. 아침 예불로 하루를 열고, 스님의 식사 예법인 발우공양으로 밥 한 그릇의 마음을 배우며, 차 한 잔을 나누는 다도와 참선·염불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절 살림을 함께 거드는 울력에 참여하며 산사의 하루를 몸으로 익히기도 합니다. 단체나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됩니다.

상사뱀의 집착을 풀어낸 공주의 전설처럼, 청평사는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본래의 나로 돌아가게 하는 절입니다. 물을 건너 찾아온 만큼, 돌아갈 때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됩니다.

머무는 동안

  • 휴식형 (심신의 안정과 자유로운 쉼)
  • 체험형 (발우공양·다도·참선·염불·울력 등)
  • 단체·외국인 대상 프로그램
  • 영지·회전문 등 경내 순례, 구송폭포 산책

예약 — 사전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회차와 일정이 시기마다 달라지니, 신청 전 공식 예약 페이지나 종무소로 확인하세요. 소양호 배편 시간과 맞물리니 입실·퇴실 시각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정보 — 찾아가기 전에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길 810
  • 전화 : 033-244-1195 (종무소)
  • 운영 : 연중무휴
  • 입장료 : 무료 (소양호 배편 요금, 춘천시 관광지 입장·시설 이용료는 별도)
  • 가는 법 :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로 약 10분 → 선착장에서 도보 약 1km. 자가용은 오봉산 고갯길로 진입 가능.

소양호를 건너 닿는 천년 고찰이자, 가장 오래된 고려 정원의 고요를 간직한 절입니다. 물길을 건너 집착을 내려놓고 본래의 나를 만나고 싶을 때, 한 번쯤 길을 나서볼 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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